대한축구협회가 3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 나설 23명의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34, 다롄 스더)이 1년 9개월 만에 붉은 유니폼을 입게 된 가운데 박주영과 박주호를 제외한 10명의 해외파 모두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파로는 이동국, 김정우, 이운재 등 동아시아대회에서 주축 멤버로 활약한 선수들이 코트디부아르전에 나서게 됐다.

 

대표팀 소집일은 오는 27일이다.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된 뒤 28일 13시 10분 KE907편을 이용해 런던으로 이동한다. 해외파는 런던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 코트디부아르전 참가 명단(23명)

 

GK : 이운재(수원), 김영광(울산), 정성룡(성남)

 

DF : 조용형(제주), 강민수(수원),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곽태휘(교토 상가 FC), 오범석(울산), 김동진(울산), 이영표(알힐랄)

 

MF : 김정우(광주), 김재성(포항),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 기성용(셀틱), 신형민(포항), 김남일(톰 톰스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FW : 안정환(다렌 스더), 이승렬(서울), 이동국(전북),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코끼리 군단'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예선 상대인 나이지리아전을 대비한 실전 연습이다. 때문에 이번 대표팀 명단은 사실상 최종 엔트리에 가장 근접한 선수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부상으로 제외된 박주영은 대표팀의 제1공격 옵션이며 설기현(포항), 조원희(수원) 등 월드컵 출전을 위해 K-리그로 컴백한 선수들이 대표팀 합류를 노리고 있다. 팀과 선수, 모두에게 이번 코트디부아르전이 중요한 이유다.

 

GK - '부동의 No.1' 이운재 시대는 계속된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이운재가 대표팀 명단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3명의 엔트리가 주어지는 골키퍼 경쟁은 특별한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이운재의 입지가 너무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불의의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운재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문을 지킬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시선은 No.2 경쟁을 펼치는 김영광과 정성룡으로 향한다.

 

두 선수 모두 이운재와 함께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남아공행을 확신할 순 없는 상태다. 특히 올 시즌 FC서울로 이적한 김용대의 존재는 두 선수의 분발을 더욱 촉구하고 있다. 한편, 코트디부아르전은 이운재에게 아프리카 선수들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드록신' 디디에 드로그바(첼시)를 앞세운 코트디부아르의 최전방은 높이와 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트피스를 비롯한 문전 경합은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DF - 해외파 합류 그러나 변화는 없다

 

수비진에 새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은 조용형, 강민수, 이정수, 곽태휘 등 지난 동아시아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다시 선발하며 대표팀 수비라인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보였다. 문제는 지난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과 동아시아대회에서 대표팀 수비력이 가장 큰 문제를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전 세 골차 완패는 타격이 컸다.

 

당시 수비진은 상대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높이와 대인 마크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김형일과 황재원의 대표팀 발탁이 대두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기존 선수들을 다시 불러들이며 변화 보다는 안정에 무게감을 뒀다.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새로운 변화는 혼란만 불러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신 이영표와 김동진 그리고 차두리를 합류시키며 수비라인에 경험을 더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를 평정한 이영표의 노련함과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는 차두리의 파워는 대표팀 수비라인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어쩌면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은 대표팀 수비라인에 대한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코트디부아르는 무결점 공격수 드로그바를 비롯해 발빠른 살로몬 칼루(첼시)와 아루나 딘다네(포츠머스) 등 유럽 정상급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을 상대로 좋은 성과를 이끌어낸다면 월드컵을 앞두고 자신감을 갖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MF - 유럽파와 국내파, 최상의 조합을 찾아라

 

유럽파가 대거 합류했다. '산소탱크' 박지성을 비롯해 '블루 드래곤' 이청용과 '기라드' 기성용이 코트디부아르전에 나선다. 그동안 허정무호의 중원은 김정우-기성용-박지성-이청용이 지배해왔다. 이들은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상대팀을 압도하며 한국의 7회 연속 본선행을 이끌었다.

 

또한 소속팀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박지성은 후반기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며 AC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중요 경기에 투입되고 있으며, 이청용은 볼턴의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무대에 연착륙한 기성용은 중원의 사령관으로 활약하며 셀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객관적인 실력상 김정우를 제외한 국내파가 이들을 제치고 선발 라인업을 차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표팀의 플랜B인 4-2-3-1을 활용할 경우, 박지성 시프트를 대비한 변동은 있겠지만 이 또한 기본적으로 유럽파를 밑바탕으로 그려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동아시아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신형엔진' 신형민과 '제2의 염기훈' 김보경에게 코트디부아르전은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야야 투레(바르셀로나), 디디에 조코라(세비야) 등 기본적으로 미드필더가 강한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더블 볼란치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박지성의 중앙 이동시 김보경은 좌측면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에서 활약 중인 김남일은 기존의 김정우는 물론 새로운 경쟁자 신형민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위해선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 김남일이다.

 

FW - 박주영 없는 최전방, 누가 이끌까

 

최근 햄스트링 부상으로 치료 중인 박주영이 제외됐다. 허정무 감독은 "현재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무리해서 발탁하지 않기로 했다. 평가전 보다 월드컵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박주영의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박주영의 제외는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최근 대표팀 소집 때마다 부상으로 제외돼 왔기 때문이다.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최상의 공격 조합을 찾아야하는 허정무호의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주영이 빠지며 최전방의 시선은 이제 새로운 공격조합으로 쏠린다. 동아시아대회에서 활약한 이동국, 이근호, 이승렬이 다시 기회를 잡았고 '판타지스타' 안정환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타켓형 이동국과 이근호, 이승렬의 호흡을 다시 한 번 더 점검할 가능성이 있으며, 박주영과 스타일이 비슷한 이승렬을 중심으로 안정환과 이근호를 실험할 수도 있다. 일단 안정환에게 많은 시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물론 선발보다는 후반 조커가 유력하다).

 

허정무 감독은 "경험과 능력이 있는 선수다. 여러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며 그라운드에서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팀이 필요한 것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안정환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코트디부아르 수비는 높이와 세기를 겸비한 고수들로 가득 차 있다. 콜로 투레(맨체스터 시티), 아르튀르 보카(슈투트가르트), 엠마뉘엘 에보우에(아스날), 압둘라예 메이테(웨스트브롬위치) 등 거의 대부분이 유럽파로 구성돼 있다. 박주영 없는 허정무호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피치액셔(pitchaction.com)에 실린 글입니다.

2010.02.25 18:26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피치액셔(pitchaction.com)에 실린 글입니다.
허정무호 코트디부아르 박지성 허정무 박주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